오신

Web Novel
2023.09.15

맥주 한 캔 까고 쓰는 오신 리뷰

 

본편 스포일러 당연히 많구요 외전뿐만 아니라 작가님 전작까지 스포할 거니까 안 보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1.

마계밖은 이미 아주 먼 옛날에 다 읽었다. ㅈㅇㄹ 연재 때도 달렸었고 단행본도 샀다. 그때 연재 달리면서 일희일비하는 게 인생의 낙이었는데... 아무튼간에, 흔히 인생작이라고 하죠? 네, 마계밖은 제 인생작입니다. 다른 인생작엔 불과재, 테이밍(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오신)이 있는데. '헐 이새끼 왜 저런 거만 먹음? 웩' 하고 생각하신 분들... 뒤로가기 부탁드립니다. 이 리뷰는 지극히 저런게 취향인 놈의 관점으로 쓰일 예정입니다..ㅜ

 

오신은 연재랑 출판본이랑 내용이 엄청 다르다던데 나는 연재를 못 달려서... 지금으로선 사이버 찌그레기를 주워먹으면서 상상하는 방법밖엔 없다... 눈물이 난다... 그래서 범해영 본명 뭔데요ㅜ하

 

오신을 묵히고 묵히다가 이제야 깐 이유는... 너무 내 취향일 것같은 강렬한 예감때문이다. 세상에 아직 보지 않은 확실한 내 취향을 조금은 남겨두고 싶은 이런 마음... 다른 사람들도 이러고 사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난 그랬다. 내 취향인 게 분명한 걸 곳간 어딘가에 꿍쳐 놓고 사는 게 쌀가마니 쌓아두는 것보다 든든하다ㅜㅋ. 그러다 막상 까 보았을 때 취향이 아니라면 큰 낭패겠지만, 역시 작가님... 내 취향을 꿰뚫으셨다.

 

2.

다 읽고 나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건 마계밖보다 힘든 글이라는 거.

마계밖은 그래도 둘이 사랑하잖아...근데 오신은 아니 둘이 사랑하긴 해. 아니 근데 그걸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나? 이렇게 상호파괴적인 관계는 또 처음임. 둘이 붙어있지마, 그럼 죽어. 근데 둘이 떨어져있어도 죽어. 그럼 어떡해야 하는가? 죽으면... 된다.

 

마계밖은 ㅃㅃㅁ로 분류되기도 할 정도로 하드코어한 장면들이 많은데(심지어 여긴 괴물들임), 그래도 반야랑 쿠민은 서로 사랑한다. 감정적으로 어느 정도 통한다고 결국엔... 반야가....쿠민을 사랑한다고................. 반면 오신은 본편 전체를 통틀어서 조신오가 원해서 하거나 감정적인 교류가 있다거나 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음. 그 행위엔 어떠한 감정도 없음 그냥 조신오에게 가해진 징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마치 전생과 현생의 모든 업을 이 행위로만 씻어보겠다는듯이... 세상이 조신오를 말 그대로 조사놓음. 넌 애초에 이러기 위해 태어난 딱 이정도 수준인 존재라는 것 마냥.

 

조신오 진짜 찢여죽여도 시원찮을 쓰레기 새끼인거 맞는데, 죄 값 제대로 치루어야 하는 거 나도 아는데, 진짜 불쌍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힘들었다. 동정해야할 캐릭터는 아닌데 나는 얘를 불쌍하게 여기고 싶어. 그런데 내 도덕관념이 그건 안 된다고 말해. 조씨 백씨 일가 전체가 법정 앞에 서서 전 국민 앞에서 무슨 짓 하면서 돈 쌓아왔는지 까발려지고 죽을 때까지 감방에서 썩는 것도 아니고 조신오 혼자 그 액을 다 받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죄가 다 사라지고 끝나냐고. 그냥 꼬리 자르기 아니야? 그 개짓거리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건 조신오보다 더한 미친놈들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화나서 힘들었다. 이쯤 쓰니 어느 부분이 안 힘들었는지 쓰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자존심은 센데 자존감은 낮아서 굴욕적인 상황이 닥칠 때마다 '시팔 나 조신오야!'하고 악다구니를 지르는데 진짜... 세계관 최약체처럼 보였다. 조윤하랑 조명하한테 누나, 형 소리 잘만 하던데 독자가 모르는 7년 간 무슨 생각으로 뭘 겪으면서 살았을까. 진짜 그깟 돈이 뭐라고 하 담배 피지도 않는데 담배 피고 싶어지게 하네...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서 손에 뭐가 남았냐... 자기 죽으면 슬퍼할 사람도 없고 수습해서 관에 넣어줄 사람도 없고 애초에 수습할 시신이나 영혼도 없을 거라고 자조하는 게 너무 불쌍해서 미쳐버릴 거 같았음. 그래도 요다는 졸업하고 십 년도 넘게 연락 끊겼던 친구 연락 반갑게 받아주는 애인데... 요다로는 안 되겠냐... 그래... 아 근데 진짜 조신오 죽으면 상주 누가하냐...........................

 

조신오는 마계밖 쿠민이랑은 상황이 많이 달라서... 쿠민은 그래도 보면서 조금만 더 힘 내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아...하면서 응원하게 된다면 조신오는 나였음 진작 자살함;같은 생각만 들었음. 근데 진짜 할 줄이야...ㅋ 아..............아~~~~~~~~~~~~!

 

그런데 생각해보면 또 전생에 나를 배신하고 약 먹인 뒤 목 매달아 죽게 한 놈이 이번에도ㅋㅋㅋ 어김없이 약멕이고 뒤통수 칠 생각 만만이면서 아니라고 잡아떼기나 하고, 몰래 목이나 조를 생각이나 하는 꼬라지를 보면 기가 차서 상종도 하기 싫을 거같긴 함. 근데 또 자기 마음에 드는 예쁜 짓을 할 때는 마음이 물러지는데 그런 자신이 싫어서 더 매몰차게 군 거 같아보임. 자기한테 화가 나는데 그걸 조신오한테 푸는 거라고 해야하나... 적어도 나한텐 그렇게 보였음. 그러니까 범해영이 완전히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니어서 더 괴로운 거임. 범해영은 그럴 수 있어. 그런데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냐...? 하는 마음이 또 어쩔 수 없이 드는 거임. 난 사람이니까... 그리고 사건 밖에 있는 제 3자라 말 얹는 건 너무 쉬우니까...ㅜ

 

그렇다고 범해영이 조신오 안 사랑했냐? 그건 아님. 얘네 둘이 서로 좋아하긴 함. 근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무 자르듯이 '여기서부턴 사랑~ 저기까진 증오~'이럴 수 있는 게 아니잖음. 예전만큼 순수하게 사랑할 이유는 없지만 싫어할 이유가 너무 많아진 거임 그냥. 근데 정말 행복했었으니까... 본편에도 나오듯이 눈만 감으면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그리운 시절인데 행복했던 만큼 괴로우니까. 근데 절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고 이 사실을 인지하면 인지할 수록 괴롭고 이 상황을 만든 조신오가 미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 좋았던만큼 미웠겠지. 아니면 범해영 본인은 자기가 조신오를 완전히 '증오만'하는 상태라고 스스로 속인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복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가 작중에서 조신오가 범해영한테 하는 몇 안되는 진심이 '싫어.', '(이 행위를) 안 좋아해.'이런 것들 뿐인데... 한 번을 안 믿어준다. 넌 원래 그런 소리 하면서 즐기는 새끼였다며 오히려 조롱하기만 함. 나같으면 저렇게 일관되게 싫다는 소리 하는데 한 번쯤은 '헉? 진짜?'하고 넘어갈 거 같은데... 근데 죽어도 안 넘어감; 조신오는 이런걸 싫어서 하는 인간이 아니여야만 한다는 듯이. 조신오는 원래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밑바닥 쓰레기 새끼(사실 어느 정도는 맞긴 한데;ㅋ)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 무슨 말을 한들 들을 가치도 없다는 명제가 무조건 참이어야 얘를 마음 놓고 싫어하고 복수하고 입맛대로 굴려버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였음.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과천 별장에서 24살 조신오를 보고 충격받는 이유가 '그런 일을 당해서'가 아니라, '그런 일을 당했다니 전에 그 행위들을 정말로 싫어했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어서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느정도 이런 부분은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조신오에 대한 혐오엔 옛날처럼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보듬어주고 믿어주고 지지해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분노와 좌절도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함. 내 본질을 망가트린 자에 대한 증오... 범이 찌끌을 한 번 떠났던 이유가 살인을 계속 해서인데 이걸 보면 애초에 범은 인간 사회에 대한 지식이 없는 거지 자기 나름의 선악 기준은 확고하게 있었던 거 같다. 근데 자기 신념을 꺾어서라도 곁에 있고 있던 사람이 자길 배신하고 죽게 만들었으면... 그것도 자기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하 미친 그냥 둘이 포옹 한 번 하고 화해하면 안되겠냐.

 

 

아 맞다. 춘풍 선생 이야기가 나올 때 나는 이 양반이 레미제라블 미리엘 신부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작가님 그런건 절대 주지 않으셨다. 걍 찌끌이 보고 'ㅅㅂ 머임;ㅋ 왜저러고 살지?'하는 양반이었을  뿐. 난 찌끌이가 춘풍 선생 보고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조신오가 백경완을 보고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이 어딘지 상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작가님이 의도한 게 아닐 가능성 99.9%인 거 앎. 그냥 조신오는 전생에서도 그렇고 현재도 본인이 못 가졌다고 생각하는 걸 쥐고 난 놈들을 시샘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싶었음.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도 못 한 헌신적인 어머니를 만났으면서... 그래서 조신오가 마지막에 어머니를 그렇게 보고싶어했나... 마지막의 마지막엔 그 생각이 났었나 싶기도 하고. 민영재 시절 자길 절에 한 번 보냈다고 어머니도 자길 온전히 사랑해줄 수 없었다고 자책하기에는... 본인이 한 행동이 있는데; 얘는 이상한데서 사고가 딴데로 튀는거 같음. 다른 부모여도 자기 자식이 창문 열고 교실에서 뛰어내려서 정학 먹고 후배 절벽에서 밀어버리고 튀면 잠시 떨어져있고 싶을 거 같은데...? 

 

3.

외전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다. 본편 결말을 생각했을 때 외전은 if 외전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조신오가 범해영한테 약을 주사하지 않았을 경우, 범해영이 조신오의 진심을 믿어준 경우, 민영재가 당고를 두고 도망가지 않았을 경우, 찌끌이 호랑이와 해로했을 경우같은... 본편을 읽은 독자라면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내용들 말이다.

그런데 역시 작가님은 내 머리 위에서 노시는 분이었음...큐엔에이를 보니 왜 저런 내용을 쓰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더라.

약을 주사하지 않았거나, 당고를 두고 도망가지 않았거나, 호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혼례를 올리는 건 이미 그 시점부터 조신오는 조신오가 아니게 되는 거임...ㅋㅋㅋㅋ하.... 찌끌이에게, 민영재에게 배신당한 적 없는 범해영은 범해영이 아님. 조신오를 신뢰할 수 있는 범해영은 범해영이 아님... 한 번쯤은 진짜 딱, 한 번만이라도 서로한테 마음을 까서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근데 민영재는 민영재고 조신오는 조신오인데... 민영재는 절대 조신오가 될 수 없잖아 조신오는 죽었으니까

민영재의 삶은 그냥 범해영-당고의 자기만족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뿐 다시 사는 것에 아무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둘이 잘 됐으니 해피엔딩이다라고는 절대 말 못 함.

 

 

4.

외전까지 다 봤지만 나는 본편 결말이 찐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음. 그냥 이 둘에겐 이게 최선이고 다른 길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죽은 걸(외전을 보니 병원가서 연명치료 하는 거 같아 보였지만 그리 길게 가진 않았을 거라 본다) 확인했을 때 카타르시스마저 느꼈다. 죽어서야 겉치레같은 건 다 버리고 온전히 진심만을 전할 수 있는 관계였으니까. 

본편 내내 사람같지도 않은 것, 사람 처럼 살지도 못하는 것, 다음 생엔 사람처럼 살아라같은 말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애초에 조신오가 처한 상황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황 아니었나싶다. 그런 환경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행하고 사고하는 건 이미 범인의 경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애초에 조신오가 지옥을 건너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한들, 애초에 뿌리 박은 토양이 쓰레기장이면 파리랑 구더기밖에 꼬이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단 한 번의 개도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단죄하는 건... 원래 인생이 그렇긴 하지... 근데... 아 모르겠다 나 너무 힘들어~ 술 마시면서 써서 엉망인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좀 고치고 다듬어야겠다...